국제무대에서 느닷없이 두각을 나타내는 인물들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에 원채 질려온 터라 작년 말에 그랑프리 파이날 우승한 후 방송 여기저기서 김연아특집이 도배될 때 살짝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언제라도 맘만 먹으면 우승하는 슈퍼히어로급도 아니고...
피겨를 잘 모르는 내 눈으로 보기에는 김연아는 좀 뻣뻣하고 왠지 아사다 마오가 더 잘하는 듯 싶어서 조금은 운이 아니었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피겨에 좀 베이스가 있었더라면 음 그런 애 한명 쯤 나올 만 하지...할텐데 김연아는 말그대로 개천의 용 아닌가...
뜬금없음이 나타나 그 의혹을 증폭시켰다.
뭐 스포츠를 있는 그대로 즐기지 못하고 절대 지존의 영웅신화 같은 걸 내심 기대하고 봐서 그런 쓸데 없는 불안감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서도...
이번 그랑프리 파이날 쇼트경기에서 김연아도 분명 치명적 실수를 했는데 실수를 두번한 마오는 그렇다 쳐도 나머지들은 얼마나 못했기에 1등을 한 건지...
또한 아사다 마오는 프리경기에서 한번의 실수 없이 그 대단하다는 트리플 악셀도 성공했음에도 왜 김연아에게 질 수 밖에 없는 지...

내가 왜 일등 먹는 지 아직도 모르겠니?
그리고 문득 아주 오래전 여친과 한국시리즈 경기를 보던 기억이 났다.
나야 야구룰은 물론이려니와 선수들의 면면, 시즌을 지배한 힘싸움 구도도 꿰고 있었기에 손에 땀을 쥘 수 밖에 없었는데...
경기를 보다말고 타자가 때리지도 않았는데 왜 주자가 2루로 뛰냐고 묻던 여친은 과연 어떤 느낌으로 야구를 보고 있었을까?
그렇다.
그동안 난 피겨나 체조, 다이빙 같은 경기들을 감상할 때 실수하면 '못하는 군' 실수 안하면 '잘하는 군' 수준이었음이 새삼 느껴졌다.
그러니 마오의 트리플 악셀 얘기는 어디서 줏어듣고 김연아는 왜 3바퀴 반 못도는 걸까. 그거 못하면 나중에 올림픽가서 지는 거 아닌가하고 단순하게 생각하고 김연아의 승승장구는 마오가 실수 했기 때문인 듯한 생각만 했던 터...
이거야 뭐...야구가 점수나면 이기는 건 아는데 도루가 뭔지 모르는 던 예전 여친의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은 감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불현 듯...
그러다 한창 떠도는 이 동영상을 보고 깨달음의 일보를 디디게 되었다.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프리프로그램에서 마오와 김연아의 득점을 분석 하자면
마오 는 퍼팩트 연기+트리플 악셀에도 132.55
김연아는 한번이 점프실패 후 넘어짐에도 132.21
실패한 점프의 점수가 3점, 넘어진 감점 1점에 기술이 성공했을 경우 김연아의 정확한 테크닉 구사력에 의한 추가점이 0.6점 정도로 친다면
둘의 퍼팩트 연기 점수에서 김연아가 4.3점을 앞선다는 뜻이다.
이것이 김연아가 트리플 악셀을 못함에도 불구하고 아사다 마오를 압도하는 기술적 정확성의 차이겠다.
뭐...김연아의 기술적 우위를 알게 된 것은 둘째치고
피겨의 점프에 6가지 종류가 있었다니
얼마나 허접한 감상을 해왔단 말인가...
일단 여기저기 뒤져서 피겨 테크닉에 대한 겉핥기 공부를 했다.
참고>>>피겨에 관한 전반적 지식
http://gall.dcinside.com/list.php?id=yeona&no=7973&page=1
http://gall.dcinside.com/list.php?id=yeona&no=7973&page=1
역시 대단한 디씨의 연아갤 승냥이들...
최소한 투수에게 다양한 구질이 있고 그 구질의 숙련도에 따라 레벨이 갈린다는 정도의 깜냥이 피겨에도 생겼다.
이제 어떤 메커니즘에 의해 점수가 갈리며
그 점수들을 얻기 위해 어떤 전략들을 가지는 지를 아주 쬐금 이해하게 되자 김연아와 아사다 마오를 비교하던 멍청한 생각들이 좀 교정되기 시작
그래도 의심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기술적 테크닉 말고 흔히 표현력이라고 일컫는 것도 좀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일단 과거의 지존들 경기장면과 김연아 과거 모습들을 서치해 보기로 했다.
참고>>>역대 지존들의 명장면 모음
http://gall.dcinside.com/list.php?id=wintersports&no=22822&page=1
http://gall.dcinside.com/list.php?id=wintersports&no=22822&page=1
디씨의 정보집적도가 네이버를 능가한다.
아니면 '빠' 문화의 진정한 포지티브라고 해야 하나
음...대단한 안목이 갑자기 생긴 건 아니지만 반복해서보자 확실히 김연아는 점점 테크닉과 경기를 즐기고 있는 듯한 여유로움의 느낌이 보인다.
흔히 잘하는 놈이 즐기는 놈 못 이긴다는 것처럼...
즐기는 자에게선 기술 이상의 감동이 풍겨나옴을 어쩔 수 없다.
선동렬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도 그의 투구를 즐길 수 있었듯 이...
이제 늦게나마
김연아가 실수를 했는 지 안했는 지
타이틀을 획득했는 지 못했는 지
경쟁자 아사다 마오에게 졌는 지 이겼는 지에 연연하는 기분으로 피겨를 보기보다
얄미울 정도로 피겨를 즐기고 있는 김연아의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능력이
2%정도 향상됐다.
역시나
'진리는 내 눈을 자유케...' 하는구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