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해유전의 고갈로 이제 영국에게 남은 국가적 경쟁력은 문화와 금융산업 뿐인 듯 보인다. 특히나 IMF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같은 국제적 유동성에 출렁대는 금융보다는 수천개의 든든한 스토리텔링 클럽의 번성이 말해주는 영국의 떠벌이 기질은 문화산업에 강력한 자체 경쟁력을 유지시켜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지구적 엥글로섹슨 네트워크의 거두 미국이 영국의 이 기질을 북돋아주는 돈다발을 선사함으로써 시스템적인 안정감도 갖춰가고 있다.
그것이 비슷한 기질을 갖춘 일본영화가 도약하지 못하고 있는 차이가 아닐까 한다.
영화계에서 그 전위그룹은 단연 워킹타이틀이다. 영국 문학의 고전적 정서에서 뽑아올려진 그들의 영상미는 날로 그 독특함을 공고히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공과 투자, 그리고 나름의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진 워킹 타이틀스러운 자존심이 영화에 한껏 드러나있다.

연애에 지치거나 조금의 연륜만 있더라도 동의하기 힘든 이 망상에 힘을 실어주는 동기조차 엔딩에 작가가 나와 구구절절 설명하기까지 한다.
우리는 소녀의 몽상과 그 몽상에 대한 속죄감에 깊이 동의하지 않으면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지리멸렬함을 참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엔 워킹타이틀스러운 특별함이 곳곳에 숨어있다.
별다른 내러티브적 효과 없이 그저 공간을 끊임업이 훑고 지나가는 카메라워크, 마치 노래없는 뮤지컬을 보는 듯한 배우들의 작위적인 동선이 주는 독특한 흡입력과 표현력은 무작정 헐리우드를 따라하려거나 헐리우드를 부정하려는 수많은 시도에 신선한 대안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히나 , 영화 말미에 가서나 그 상징을 대략 짐작케하는 이 모호하면서도 독특한 영상문법 중에서도 덩케르트 철수직전의 해변을 묘사한 5분여간의 힘들어 보이는 롱테이크 샷은 영화의 백미다.
역설적이게도 허탈하고 단순하기까지한 이 영화의 주요 내러티브가 오히려 이 영화를 빛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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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오징어님 요즘 글 올라오는 속도가 너무 느려요, 분발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