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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10/16 님은 먼곳에.2008 - 진심도 먼곳에

영화의 제목이자 마케팅의 헤드카피이기도 하지만 영화를 보게 되면 자동적으로 궁금해질 수 밖에 없는 물음이 있다.
왜, 뭐하러,
순이는 남편을 찾으러 월남까지 가서 생고생을 하는가

물론 전개상의 당위성은 적당히 뿌려져 있다.
자신을 차버린 대학생 애인이 있는 남편은 시골뜨기인 부인 순이한테 말한다.
'니 사랑이 뭔지 아나?'
그렇다고 순이가 사랑의 의미를 찾으려하는 것 같지는 않다.
고압적이고 대를 잇는 것만 중요한 시어머니가 순이에게 말한다.
'내 혼자라도 (아들 찾으러) 갈끼다'
그렇다고 순이가 시어머니가 안쓰러워서 효도하려 하는 것 같지도 않다.
왜 가는 지 영 개운치 않다.
요즘의 정서로 투영하자면 어처구니 없고 고리타분한 냄새 폴폴 풍기는 고전적 설정이라 느껴지기도 해서 아니야, 뭔가 더 있겠지 싶은 생각에 배반당하지 않으려고 '그렇담 그녀는 자아를 찾고 있다!' 라고 스스로를 동기부여할 법도 하다.

그런데 정말 끝까지...이 어색한 인물 순이는 자신의 확실한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신파적인 거 같은데 참으로 쿨한 표정으로 일관하고
엄청난 싱어로 변신할 거 같은데 끝까지 밋밋하고 뻣뻣하게 노래한다.
감정의 기복을 마구 드러낼 것 같은데 참 무덤덤하게 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바로 이 표정...아이고 답답혀

또다른 의문 하나,
배경이 굳이 월남전이었던 것은 순이같은 고리타분함에 대한 시대적 당위를 만들어주기 위함 뿐이었을까?
참으로 미스터리한 캐릭터 순이는 그런 월남전을 사이공 뒷골목부터 각국 군부대를 거쳐 배트공 땅굴에 전장의 한복판까지 참으로 곳곳을 후비고 다닌다.
남편을 찾으려는 노력을 부각시키기 위한 설정치고는 참 꼬치꼬치 월남전을 들쑤시고 다닌다. 그렇게 쑤시고 다니면서 어디 한 곳의 리얼리티를 심각하게 드러내지도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힌트를 영화가 슬쩍 흘린다.
영화에서 보여지는 월남전의 수많은 군상들 중에 누구에게나 공감받는 자기 진심을 가진 이는 그 미스터리했던 이유
'남편 만나러 왔어요'를 별 표정도 없이 알 수 없는 눈망을로 외치는 순이뿐이다.

고의적 설정인지 제작상의 한계인지까지는 모르겠지만 순이가 남편 만나러 온 이유만큼이나 중요한 시대적 리얼리티도 매우 투박하게 처리되어 있다.
대신 그 투박함은 순이를 제외한 인물들의 행동원칙과 존재이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데 쓰여진다.

글쎄, 종반에 태워지는 달러 따위들의 장면에서 비유적 의미를 찾는다면 얄팍하게 교과서적으로 처리된 메세지에 순진하게 속아넘어간 걸까?

아무튼 순이가 영화 끝까지 몰고간 어색하고 미스터리한 진심은 투박했던 월남전 스케치와 융화되어 서서히 페이드 아웃으로 잠기는 엔딩과 함께 긴 여운을 늘어뜨린다.

시대적이건 사회적이건 개인적이건 미묘한 진심은 뭐하나 제대로 어쩌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넘겨버리는 우리의 진심도 아직 먼곳에 있다고 강변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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