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타클 재난영화던, 괴수물이던 주인공들을 통해 은연 중 흘리는 이데올로기가 있다.
용기를 갖고, 당황하지 말며, 기회를 잡았을 때 나비처럼 날아 싸우되 동료를 챙기는 인본주의를 잊지 말고, 이 상황을 만든 세력에 대해 분노하라!
영화는 그렇지 못한 주변인들이 희생되는 것을 보며 그 신념에 확신을 심어준다.
'주인공의 멘탈이 나와 똑같군...'
하는 안도를 느끼며 자신은 그런 위기에서 살아남을 생존자가 되리라는 가뿐한 마음으로 극장을 나온다.

경우에 따라 장르매니아들은 그들을 위협했던 괴물이나 재난에 대한 대처방식의 현실성이나 세련미를 놓고 핏대를 세우기한다. 그들에게 미스트는 거의 눈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이다.
모든 공포에 대한 비주얼은 안개에 덮여있다.
괴물들은 착하게 안개에 숨어있다가 그 속으로 던져지는 희생물들을 낼름거릴 뿐이다.
뭐야 이건...
거기다 이 황망한 결론이라니...
이데올로기에 동조할 통쾌함도 없고 매니아들을 위한 스피디하고 세련된 처단도 선사하지 못한 채 안개 속에 갇혀버리고 말아버린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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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생이 겁이 많은 복을 타고난 덕에 스티븐 킹은 흔히 보는 일상에서 수없이 많은 공포들을 뽑아낸다. 그런데 이번엔 아주 절묘했다.

안개...
정말 단순해 보이는 이 자연현상에 차고 넘치는 공포에 대한 탁월한 메타포를 심을 수 있을 줄이야

공포는 무지에서부터 출발하고 그 공포를 이기기 위해 인간들이 선택해온 인류지성사, 종교의 발원에 대한 비유로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가는 것까지는 다른 영화와 비슷하지만 진짜 우리에게 그런 불확실성 속에서 용감하고 현명한 결론이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영화 끝날 때까지 놓치지 않으며 관객을 괴롭힌다.
거슬러 올라가자면 60년대의 혼란을 바탕으로한 비슷한 분위기의 결론을 가진 영화들이 70년대 한 때 풍미하기도 했던 전력이 있다.
억지로 갖다붙이자면 오랜 공화당 집권이 몰고간 배타적 헤게모니 끝에 과연 우리가 잘해온 것일까 싶은...사회적 자괴감의 반영 쯤이면 그럴싸할까?

대게의 너무 많이 일을 벌여논 스티븐 킹 원작들처럼 이 영화도 그 근원을 초거시적 우주론과 정부의 음모에 느닷없이 갖다 붙여서 불만들이 좀 있는 듯 한데...
하지만 사실 이제 미국인들에게 외계인이나 비밀실험, 돌연변이 따위는 언덕 너머의 공포에 끼지도 못한다는 문화적 트랜드와 최신 물리학에 조금 관심을 기울인다면 꾀나 그럴 듯 한 구석도 있다.
이제 점차 주류물리학으로 자리잡아가는 차원 너머의 세계...
인간의 이해력을 송두리째 날려버릴 수 있는 세계가 있다는 것, 상당한 매혹의 공포다.

그러게...엘러건트 유니버스 를 미리 봐두길 잘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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