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깨닫지 못하고 보아왔지만 자해적 리얼리즘이라는 장르가 있다.
처음 들어봤다고? 당연하다. 필자가 지금 만들어낸 말이다.

대게의 리얼리즘은 엄숙주의로 흐르거나 판타지를 갈구하는 대중을 불편하게 만들어 동의와 즐거움의 타협을 방해해 버리고 말곤 한다.
홍상수감독의 영화에는 리얼리즘의 바탕이 흐르지만 끊임없이 키득거리게 만드는 힘이 있다. 별로 엄숙하지도 희생적이지도 처절한 운명에 절규하지도 않는, 지극히 평범한 우리의 졸렬함이 그대로 드러나기 때문이다. 영화적 시선으로 본다면 자해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대중을 불편하지 않게 만들고 판타지의 갈구를 충족시키기에는 무척이나 심심한 구석이 있다.
하지만 드물게 그 현실에의 동의와 판타지적 즐거움의 교차점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작품들이 있다. 아주 가까운 예로 거침없이 하이킥을 들 수 있다.
인간들 참 치사하고 단순하고 얍삽하기도 순진하기도 하다. 이들이 만들어내는 인생이 막장스러울 것 같지만 결과적으로 리얼한 타협을 이뤄내며 잘 굴러가고 그 모습에 은근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한다.

자신이 못나보이거나 무식당하는 걸 죽어도 참지 못하는 우리도 가끔 술자리에서 어처구니 없는 실수담 릴레이토크가 발동이라도 걸리면 거침없이 자신의 결점들을 들춰내며 즐거워한다. 사실 완벽한 인생을 연기하느라 피곤한 자신의 캐릭터에 대한 일종의 해방구인 셈이다.

바로 이러한 지점에 자해적 리얼리즘의 본질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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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슨가족은 두말하면 피곤한 미국의 대표적 자해적 리얼리즘 문화다.
심슨을 통해서...별로 이타적이지도, 거들먹거릴 배경도 대단한 능력도 없이 미국의 대중문화가 제공하는 수동적 패키지에 집착하고 안주하며, 식탐이나 부리고 더불어 살기를 귀찮아 하고 조금이라도 권력을 손에 쥐면 갖은 방법으로 정당화하며 이익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게 미국 중산층의 리얼리즘 아니냐고 자해하고 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그랬듯이 심슨도 그런 캐릭터들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게 아니라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자신의 결점을 드러내며 유쾌해 하는 술자리 릴레이토크의 심리와도 비슷한 기저일터이다.

심슨이 미국에선 기록적인 롱런을 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적 삶의 방식에 밀착한 배경 탓에 우리나라에서 '그저 재밌는 애니메이션'으로 흥행하기엔 소위 코드가 많이 엇나간다.

글쎄 무슨 용기에선지 몰라도 그런 심슨의 극장판이 개봉한다.
심슨 열혈 팬인 입장에서 보자면 극장판...정말 기다린 보람이 충분하다고 정리할 수 있다.
더군다나 심슨은 미스터리와 음모론의 착실한 대변인이다.
아예 극장판에서는 스프링필드를 압살하려는 정부 관료의 이름이 '카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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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길은 그 유명한 미국의 초거대 곡물 메이저 기업이다. 카길이 망하면 전세계가 굶어 죽을 수 밖에 없다고도 한다. 이런 메이저 기업의 임원들이 대게 해당부서 행정부 관료로 가게 되며 그들은 기업의 독과점과 수익률을 위해 대중의 희생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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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안전을 위해 대중을 감시와 통제한다는 얘기는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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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의 음모야 헐리우드의 전매특허긴 하지만 이렇게 코믹하기는 힘들다.


또한 심슨의 장기인 막장 패러디의 퍼레이드가 쉴 새 없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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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대통령의 모습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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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많이 본 전직 부통령의 모습이고...

그 외에도 심슨 특유의 미스디렉션 개그도 여전하고 TV와 달리 화면비율이 넓어서 그랬는지 프레임의 배경에 숨겨놓는 숨은 개그들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간단히 말해서 정말 제대로 패키지된 종합선물 세트다.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 가장 뽑아먹을 수 있는 건 그들에겐 자해성 개그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우리도 모르는 미국식 허위와 위선들을 간접경험하게 해준다는 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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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심슨 무비에 나온 한글...ㅋㅋ

    Tracked from 까칠맨의 버럭질! 2007/08/07 22:54  삭제

    현재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리에 상영 중인 심슨 더 무비... 어둠의 경로로 다운 받아 보고 있는데...ㅡ.ㅡ 아니...중간에 보시라...익숙한 한글.... 좋게 봐야하는 거겠지? 각 나라 언어가 다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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